갑오(甲午)년 청마(靑馬)의 해가 밝았습니다. 정초부터 뜬금없이 배설물 타령이냐고 꾸짖는 사람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동물이 음식을 소화하고 난 뒤 남은 물질을 배설물 형태로 배출하게 됩니다. 토끼의 똥은 정상변과 식변으로 분류되어 토끼가 자기의 배설물을 먹지 못하면 죽게 된다고 합니다.

배설물은 원래의 음식보다 에너지를 많이 잃었지만 원래의 50%정도의 영양분을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미생물에서 군류, 쇠똥구리 같은 곤충들은 배설물을 통해 영양분을 섭취한다고 하며, 새끼 코끼리의 경우에는 장내균충을 확보하기 위해 어미의 배설물을 먹으며, 원숭이도 영양을 보충할 목적으로 배설물을 먹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황조롱이는 쥐의 배설물에서 나오는 자외선을 감지하여, 먹이의 숨은 장소와 개체수를 감지할 수 있는가 하면, 배설물은 자신을 보호하는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일부 애벌레들은 생명의 위협을 받을 경우 포시자의 후각을 고통스럽게 하는 배설물을 폭발적으로 분사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대다수의 동물들의 배설물에서 분비되는 페르몬은 생존 영역표시로 이용되기도 합니다.

인도에서는 배설물을 정제하여 물고기를 양식하고, 농작물에도 유기농 비료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새들의 배설물을 조분석이라고 부르는데 유럽에서는 일찍이 화약의 원료로 사용되었고, 영국의 깁슨이라는 사람은 이것으로 부자가 되기도 했습니다.

가장 질 좋은 커피로 알려진 루왁 이라는 커피는 사향고양이가 커피콩을 먹고 싼 배설물에서 커피콩을 수거하여 만들며 일부 차(茶)에는 곤충의 배설물이 사용되기도 합니다.

축산농가에서는 배설물로 전기를 얻고 있고, 옛날에는 배설물을 퍼기 위한 사람과 직업이 있기도 했습니다. 한국전쟁 직후 이야기지만 부산 동래 금정산 입구에 제일 크고 하얀 색칠을 한 집이 있었는데 그 별칭이 ‘똥집’이라고 그 동네에서 제일인 부자가 살기도 했습니다.

어린아이들에게 친숙한 전래 동화로 ‘멸치의 꿈’이 있습니다. 옛날 동쪽 바다에 삼천년 묵은 멸치가 살고 있었지요, 그리고 서쪽 바다에는 팔백년 묵은 망둥어가 꿈 풀이를 잘했어요. 망둥어는 멸치의 꿈을 용이 될 꿈이라고 하는데 옆을 지나가던 가자미가 거들기를 그 꿈은 큰 변을 당할 꿈이라고 끼어들다가 화가 난 멸치에게 뺨을 얻어맞아 가자미의 눈이 한쪽으로 몰리게 되었다고 하네요.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멸치는 인간의 식생활과 가장 밀접한 물고기의 하나입니다. 생선 구경 한번 변변히 못하던 산간벽지에서조차 알아주는 가장 대중적이고 서민적인 어류가 바로 멸치입니다.

국 끓일 때 국물을 따를게 없고, 김장에 멸치젓이 빠지면 앙꼬(소) 없는 찐빵이 되고, 기름에 달달 볶아 간장과 설탕으로 감칠맛을 내는 우리 식단의 밑반찬은 물론이고, 마른 멸치는 고추장에 찍어 술 한 잔 곁들이면 채석강의 이태백(李太白)이 다시 살아나고, 갓 잡은 알배기 멸치로 만든 기장과 통영 멸치 회는 그 맛이 일품이고, 소금구이로 한 입에 넣는 멸치구이는 그 맛이 별미다.

멸치는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이 머리와 똥까지 통째로 먹을 수 있는 생선이다. 단백질과 칼슘 등 무기질이 풍부하여 성장기의 꼬맹이나 임산부는 물론 여성의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서도 적극 권장할 만한 칼슘의 제왕이고 국민 최고의 건강식품이다. 멸치는 크기가 작지만 뼈대 있는 가문이라는 우스갯소리를 자주 한다. 그러나 멸치는 칼슘(Ca)뿐만 아니라 칼슘보다 더 중요한 건강소가 함유되어 있다. ‘멸치똥’이다.

일반적인 물고기의 배설기관인 항문은 배 밑에 붙어있지만 멸치의 항문은 꼬리 부근에 붙어 있다. 이것은 소화기관인 장(腸)이 이상하게 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멸치는 먹이사슬(Food Chain)의 최하위에 있긴 하나 자신보다 더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통 물고기의 위(胃)주머니를 해부하면, 자기보다 더 작은 물고기가 소화되지 않은 채 들어있는 것이 보통이지만, 멸치의 배를 갈라도 작은 물고기가 나오지 않는다. 멸치는 플랑크톤만을 먹기 때문이라고 어류생태학자들은 설명한다. 멸치는 부화한 후에는 동물성 플랑크톤을 먹지만 성장하면 식물성 플랑크톤을 먹는다.

바다로 유입되는 오염물질은 대부분은 지용성(脂溶性)이기 때문에 먹이 사슬에 의해서 큰 물고기와 해수(海獸)의 지방조직으로 농축된다. 따라서 먹이사슬의 맨 정점에 있는 인간은 이 오염된 물질을 먹게 된다. 그러나 멸치는 먹이사슬의 맨 밑바닥에 있기 때문에 그 오염에서 멀어져 있는 생선이다.

따라서 멸치의 배 속에 있는 것은 똥이 아니라 플랑크톤이기 때문에 통째로 먹더라도 맛이 있고, 영양도 만점이다. 멸치는 최고의 EPA. DHA. DMAE 원의 하나이고, DAME는 기억과 학습에 관한 신경전달 물질인 아세틸콜린의 전구체로, 뇌(腦)내 레벨을 높이는 물질로도 알려져 있다.

멸치를 사용할 때 대부분의 주부들은 멸치의 똥을 제거하고 있다. 그 이유는 국물의 색깔이 검고 맛이 쓰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쓴 맛이 건강의 요소라면 어쩔 것인가? 특히 푸린(Purine)체를 다량으로 포함하기 때문에 통풍환자나 우려가 높은 사람은 더욱 멸치를 통째로 먹어야 한다. 인간이 잡는 전 세계 멸치 어획량보다 고래가 크릴과 더불어 먹는 멸치의 양이 더 많다고 하니 시사하는 바가 크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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